최 충 웅

KNS 편집인 사장

온 세상이 ‘가짜뉴스’에 혼란스럽다. 대통령 탄핵과 맞물린 대선정국을 앞두고 ‘가짜뉴스’에 비상이 걸렸다. 가짜 뉴스는 허위 사실을 진짜인 것처럼 꾸민 기사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기간에 쏟아진 가짜뉴스로 인해 결국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워싱턴D.C.의 한 피자 가게 뒷방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일명 ‘피자 게이트’와 “클린턴이 테러단체인 이슬람 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 또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등 주로 힐러리에 불리한 많은 가짜뉴스들이 페이스북과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미국대선 당시 인터넷으로 공유된 가짜뉴스 접속이 870만건이 넘어 미국의 유력한 언론의 진짜뉴스 736만 건보다 크게 앞질렀다.

전 세계가 가짜뉴스와 전쟁을 치러고 있다. 이번 9월 총선을 앞둔 독일도 메르켈 총리가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히틀러의 딸이라는 가짜뉴스와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했다는 가짜뉴스가 트위터에 퍼지기도 했다. 이처럼 '가짜뉴스'가 전 세계적으로 페이스북, 쇼셜미디어인 SNS, 인터넷 등을 타고 급속히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포기 이유 중의 하나가 가짜뉴스 때문이다. “반기문 총장의 대선출마는 유엔법 위반이라는 ‘가짜 뉴스’가 퍼졌고, 일부 정치인들은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반 총장의 출마를 비판하다 정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귀국 20일 만에 반 총장은 불출마사퇴 기자회견에서 “순수한 애국심이 인격살해와 가짜뉴스로 크게 훼손됐고 나와 가족,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밝혔다.

가짜 뉴스는 ‘속보’라는 타이틀까지 붙여 영락없이 ‘진짜 뉴스’처럼 위장해서 전파된다. 뉴스형식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모바일과 인터넷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므로 SNS생태계가 가짜뉴스 유통에 아주 적합한 환경인 셈이다.

IT강국인 우리나라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뉴스를 온라인으로 접하고, 모바일 이용자의 90% 이상이 SNS를 활용하므로 가짜뉴스로 인한 부작용이 매우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계층간, 이념간 양극화가 극심하고 각 정당의 논리가 치열한 상태에서 가짜뉴스는 사회의 혼란과 분열을 자초하게 되고, 사회통합에 역행하는 악의적인 암적 존재이다.

중앙선관위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지만, 현행 제도와 법규정은 미비한 상태이다. 가짜뉴스 배포 행위를 포함한 사이버상의 비방·흑색선전에 대응키로 했으나, 포털의 협조를 구하는 수준에서 사실상 사후규제 외는 뚜렷한 해답이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필터링 시스템이 없다. 페이스북 본사는 작년 말 인공지능과 사실 점검 프로그램을 활용해 가짜뉴스 유통을 막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페이스북코리아도 가짜뉴스 방지를 위해 자체적인 모니터링 강화 방안을 강구한다 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수사기관과 이용자의 적극적인 제보가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독일은 이번 9월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배포에 최고 5년 징역형과 최대 50만유로 약 6억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사후 차단조치를 한다손 쳐도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시간은 순식간인데 유권자에게 결정적 영향을 준 가짜정보는 이미 일파만파 퍼져나간 뒤에 겨우 뒷북치는 격이다. 만약 투표 직전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크나큰 혼란과 이변을 자초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면 각 후보 진영이 쏟아내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가짜 뉴스로 극심한 혼탁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선관위는 독일 사례를 참조해 가짜뉴스 예방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국민 주권이 정당하게 행사되기 위해서는 시민들도 냉엄하게 가짜에 휘둘리지 않아야하며 발 빠른 신고와 제보가 수반돼야 한다. 매체 자체의 철저한 자기검증과 아울러 당국의 심의 기능이 확충돼야 한다. 대선후보들도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가짜뉴스의 확산과 폐해를 막기 위해 뉴스미디어의 스스로 자정노력과 공적책무를 강화하고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서 이에 대한 법적인 제도와 강력한 규제가 시급하다.

그동안 대통령 탄핵을 초래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에서 일부언론의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뉴스’ ‘가짜뉴스’로 국민들은 혼란스러웠다. 이로 인해 일반 언론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대두되고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 어려운 난국에 언론이 공명정대하게 바로서서 우리사회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지금 우리 언론이 제대로 바른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성 할 때이다.

최 충 웅(崔 忠 雄) 언론학 박사

(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 위원장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고정출연

(전) KBS 예능국장, 총국장, 편성실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방송위원회 심의위원장

최충웅 편집인  cho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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